기억하지 못 하는 검은 꿈이 되어

꿈을 꾸었다. 밧줄을 붙잡고 바다를 표류하는 꿈. 물결이 얼굴을 덮칠 때마다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치면 파도는 더 높아졌다. 그 움직임이 오히려 격렬한 파동을 촉발하는 듯 느껴져, 가만히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자 사위가 잔잔해졌다. 나는 귀가 물에 잠긴 먹먹한 감각을 느끼며 햇빛이 내리쬐는 물결 위에 떠있다가, 어느 순간에는 둥둥 떠있는 나를 위에서 내...

근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꼭 닫혀있었던 창문을 열었다. 열두 시가 넘은 겨울 밤. 차가운 공기가 얼른 밀려들어왔으나 후텁한 방안에서 그 기운을 맞이하자니 피부에 와닿은 감촉은 꽤 청량했다. 창 아래 주황색 가로등이 흐릿하게 빛나는 밤거리는 눈이 내릴 것처럼 고요했다. 건너편 모서리 집의 몇몇 발코니에서는 커튼 겹 틈새로 형광등의 빛이 안개처럼 새어나왔다....

빗소리에 잠에서 깬 늦은 봄의 새벽. 나는 기분이 상하지도 않은 채, 찬바람이 기운을 뻗쳐오는 밤새 활짝 열려있던 창문을 한뼘의 틈만 남겨 닫았다. 바스락거리는 미온의 이불을 끌어 와 덮은 다음 잠을 청했다.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나는 새벽녘처럼 기쁜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동생은 내 앞 칸에 앉아 짧은 여정에 동행하기로 했다. 1인석의 기차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