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내게 삶이란 이 세계에 내가 존재한다는 수치를 이겨내는 순간의 연속이다.
고백 나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생의 고귀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매일 '산다'는 것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요
평일 점심 식사는 속에 부대낀다.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심 식사를 건너 뛰면 식당을 오가는 에너지도 쓰지 않게 되어 하루 웬종일 사무실에만 처박혀 몸을 삭히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흐물어지는 근육의 감각을 견디지 못한 나는 이 시국에 책 한 권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무릎과 발목의 관절을 풀고, 조는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
일상을 지내다 보면 사이클처럼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때가 온다. 나는 가끔 이런 니즈를 느끼는데, 날이 갈수록 마음이 깊어지면 결국 이 욕구를 입 밖으로 내뱉는 지경에 이른다. "이야기가 필요하다." 가끔은 장르도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판타지가 필요하다."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내게는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 그것은 소...
최근 '자격을 갖춘 인간'이라는 문장이 자꾸 떠오른다. 이 생각의 전후에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혹은 '그런 인간이 되었는가.'라는 문장이 따라붙는다. 그러면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이제 내게는 삶의 목표를 강요하거나 자기반성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없다.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친구도 없다. 믿고 따르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어떤 물건이나 상황에서 연상된다.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는 방식은 누구나 다 비슷할 것이다. 머릿속에 문득 장면이 떠오르고, gif 처럼 소리 없이 압축된 기억이 흘러간다. 6월. 계절이 바뀌며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나는 찬장에 묵혀둔 얼음 틀을 씻으며 여름을 맞이한다. 얼음 틀에 정수된 물을 붓고, 칸칸이 고르게 들어갈 수...
오전 열 시. 커피 한 모금이면 흐리멍텅하던 눈앞이 맑아진다. 안경 쓴 정도로 시력이 격변하지는 않지만, 경추 마사지의 효과로 일시적으로 시야가 맑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시신경이 예민해지고 홍채와 수정체가 잠에서 깨 그제야 일을 시작한다. 먼 곳의 풍경, 가까운 곳의 풍경에 초점이 빠릿빠릿 맞춰지는 게 마치 하이엔드 카메라가 된 것 같다. 블루라이트만 일렁...
할머니와 얽힌 이야기로 염소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동네에 살던 동물들이 하나둘 생각났고, 쓰다 보니 글을 줄일 수가 없었다. 우리 집 어른들은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축으로 키워본 것은 개뿐으로, 그마저도 아주 짧은 시간만 우리 집에 머물렀다.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과 유대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드물고 아직도 그들이 낯설다. 내 인식에 인간과 그들은...
대장정 대장정의 이야기가 어깨 위를 넘실거리는데 손끝에 맺힐 뿐 도통 쏟아지려 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사람 공공연히 싫어하는 사람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 그는 내심 뿌듯했다. 앞으로 그에게 짓는 내 웃음은 모두 모욕으로 보여질 것이다. 나쁜 짓 하나 하지 않고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니 이렇게 좋은 지위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미세먼지 기도의 연한 표피를 까끄라니 마찰하며 쌉싸름한 흙냄새가 흘러들었다. 건조한 모랫바닥을 더러운 운동화로 헤집으면 부옇게 흙먼지가 피어오르던 학교 운동장의 맛이었다. 유해한 유년 시절의 연상. 눈을 감아도 점막에 머들거리는 불쾌감이 생생하다. 건조한 눈물은 더이상 차오르지 않는데도.
글쓰기 글 쓰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라고 남에게 보여주지도 못할까.
소설, 시, 에세이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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