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너는 꼭대기에 올라선 적도 없으면서 누구의 내리막을 겁내고 있을까.
영원히 쉬이 체감되지 않는 막연한 이 공감각 시간의 위압에 질식하여 덩그러니 남겨질 약속은 하지 않길
아무 말이나 짙은 녹음의 숲 스산하게 마찰하는 잎사귀 검은 그림자는 껌벅껌벅 아무 말이나 벙긋대는 입구멍처럼 짐승을 위협하고 고요한 소음이 귀를 멀게 할 즈음 새벽녘처럼 불길하게 떠오른 생각 하나가 다시 또 무어라무어라 지껄인다
머뭇거리다 잠 못 들어 지새우는 길고 긴 밤과 손쓸 수 없이 무너져내리는 내 세계와 멈추지 않는 이 떨림이 확신임에도 당신의 찬란함은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
소개 소개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정의를 유예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단언하기에는 아직 단어가 부족하다
영진은 당황했다. 골목에 인적이 드문 이유는 지금이 토요일의 이른 아침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실내가 어두운 이유는 저녁에는 맥주나 와인을 파는 바(bar)라서 전등을 적게 설치했기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 몇 가지의 의구심이 일었지만 '설마 아니겠지.'라는 말로 속을 누르고 철제 손잡이를 잡아 지그시 밀었을 때, 다시 당겨보았을 때...
시시하다 저 먼 산의 결을 짓는 대단한 계절이고자 했으나 실상 이파리만 흔들고 마는 시시한 인간으로
다음날 서늘한 가을 공기가 밀려들었다. 잠에서 깬 지는 꽤 되었으나 자리를 털고 일어날 기운이 나지 않아 청량한 공기를 피해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 충전 중인 핸드폰을 붙들고 시계의 숫자만 들여다본다. 멎은 시간에 숨이 막혀 오래도록 눈을 감았다 떠 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갇혀 버렸다. 네가 우리를 그만둔 다음 날에.
소음 온갖 쓰레기 같은 소리가 마구잡이로 뒤엉켜 도시의 밤거리를 불쾌하게 휘감은 때 그 더미에 휩쓸려 나의 존재도 산산이 부수어 흔적도 희미한 소음의 일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너른 앞들, 바다와 가까운 변의 중앙에는 작은 절이 있다. 마을을 통과하는 중앙도로에서 내려다보면 너른 들판에 외따로 자리한 절이 금방 눈에 띈다. 마을의 형세는 절을 중심으로 마치 동심원을 그리는 듯하다. 집 한두 채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절을 둘러싼 너른 들판. 마을의 북쪽과 남쪽을 호선으로 잇는 소로와 그 길을 경계로 빼...
사진 속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부서져 있어 우리는 조각. 완전한 순간은 어디에도 없어
상실 동그랗게 찌르는가 싶더니 너는 그 길고 가는 손가락을 후비어 내 가슴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눈 깜짝할 새에 검고 깊은 우주를 파내려가 나의 상실한 마음에는 공허함만 바람처럼 몰려들어
소설, 시, 에세이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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